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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를 공유하는 시대의 발견, 오픈소스

등록일
2021-03-18 11:03:25
조회수
456

오픈소스 형상화 일러스트

무상으로 공개되어 누구나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오픈소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한동안 20~30대 사이에서 ‘백종원 게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나는 요리 이름을 골라 포털에 검색했을 때 첫 페이지에서 백종원의 레시피가 나오면 지는 게임입니다. 그동안 공개된 레시피가 얼마나 많은지 백종원 본인조차도 게임에 걸릴 정도라고 합니다. 요식업 분야의 사업자로서 요리의 레시피들을 공개하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이러한 생각은 오픈소스(Open Source)의 철학과 닮았습니다.

백종원 레시피 검색 이미지

포털에서 ‘백종원 레시피’ 검색 결과만 약 수백만 건에 달합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는 무상으로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누구나 수정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말합니다. 흔히 ‘오픈소스’로 축약해 불리는데요. 이 소스는 저작권과 같은 제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에 활용하거나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자신이 개발한 메뉴의 레시피를 공개하여 다른 사람들이 이 레시피를 참고해서 취향에 맞는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과 유사합니다.

오픈소스의 아버지, 리눅스(Linux)

윈도우, 애플, 안드로이드, 리눅스 로고 일러스트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OS가 오픈소스 ‘리눅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로 1991년 라이너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개발해서 공개한 리눅스(Linux)를 꼽을 수 있습니다. 리눅스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컴퓨터 운영 체제인 우분투(Ubuntu), 레드햇(Red Hat), 페도라(Fedora)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와 PC의 크롬 OS도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리눅스 외에도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Firefox), 빅데이터 플랫폼 하둡(Hadoop), 데이터베이스 마이에스큐엘(MySQL) 등 여러 분야에서 오픈소스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는 일반적인 기업의 상용 소프트웨어 대비하여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초기 도입 비용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라이선스 계약으로 인한 사용료와 구축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인데요, 오픈소스는 대부분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이 없고, 구축 비용도 상용 소프트웨어 대비 저렴합니다. 버그 수정이나 업그레이드가 수월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개발업체의 한정된 리소스를 투입하여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상용 소프트웨어보다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천만 명 사용자의 보안 검토가 더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한 오픈소스를 ‘잘’ 활용하기 위한 조건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Github) 이미지

대표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 깃허브에서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모여 최신 기술에 관해 토론하고 문제를 개선합니다(사진 출처. 깃허브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구축된 오픈소스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의 이유는 개발자들에게 오픈소스의 활동은 커리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치를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증빙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어떠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자신의 기여도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이 기여도를 객관적인 표로 측정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여 동기를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오픈소스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전 세계의 수천만 여의 개발자들이 모여 최신 기술을 이야기하고,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때로는 수많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보다 오픈소스를 통해 필요한 모듈을 개발하는 것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도 수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픈소스 자체는 대부분 무료로 공개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오픈소스를 도입하려면 부가적인 지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일단 기업의 종사자들이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오픈소스를 기존의 시스템과 안정적으로 호환시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유지 보수도 필요합니다. 오픈소스를 운영하는 재단들은 기업의 실무자들을 직접 교육하거나 유지보수 등을 위한 별도의 라이선스를 발급하며 이익을 얻습니다.

IT 기업, 소프트웨어 생산자에서 오픈소스 공유자로

최근에는 상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IT 기업들도 오픈소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을 수 있는데요, 2018년 6월에 ‘개발자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를 75억 달러(약 8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깃허브는 구글, IBM,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을 비롯해 2,700만 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깃허브 인수 이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하며 구글, 애플 등 모바일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IBM도 2019년 7월에 오픈소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레드햇(Red Hat)을 34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인수하며 클라우드 사업 강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무인매장 ‘아마존고(Amazon Go)’의 핵심 기술인 무인 계산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인매장 솔루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오픈소스를 선택한 것입니다. 애플은 패스워드 관리 기술인 패스워드 매니저(Password Manager)를 깃허브에 공개했습니다.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의 패스워드 관리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업계의 표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과 프로그램의 개발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자동차 산업과 오픈소스, 현대 ㆍ기아차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MOU 체결

현대 ㆍ기아차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MOU 일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오픈소스 관리를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도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여러 기업에서 전기차 관련 기술을 공개하거나 자율주행 자동차의 센서, 시각화 등 다양한 기술들의 공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지난 5월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오픈소스 기반의 공급망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부품 협력업체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관리를 돕기 위해서 오픈소스의 라이선스를 검증 및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전문 교육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동차 산업 분야와 ICT의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자율주행 기술, 인포테인먼트, 전장부품 통합제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 오픈소스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갈수록 IT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빨라지는 네트워크의 속도, 똑똑해지는 디바이스의 진화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은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하나의 기업에서 모두 소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기술을 공개하여 확산시킬 수 있다면 생태계가 조성되고, 해당 기술이 표준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것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오픈소스에 관심을 두는 큰 이유입니다. 여기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한 곳에서 오픈소스로 연구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오픈소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글. 현경민(커넥팅랩)

오픈소스 소스코드 리눅스 깃허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NI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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